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왜 나는 1인 빌더를 택했나

회사를 그만두지 않고도 1인 빌더가 될 수 있다는 가설. 첫 사이드 프로젝트의 실패, 회사 시간과 내 시간의 분리, 가족과의 균형까지 — 결정적이지 않았던 한 사람의 결정을 솔직하게 적은 에세이.

읽는 시간 10

올해 1월 어느 평일 저녁이었다. 두 아이를 재우고 부엌 식탁에 노트북을 펴는데, 그 자세가 너무 자연스러웠다. 어차피 오늘도 새벽 1시까지 뭔가를 만들 거라는 사실을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. 그 순간 처음으로 든 생각은 의외였다. "나는 이걸 멈출 생각이 없구나."

회사를 그만둘 생각도, 거창한 스타트업을 만들 생각도 없다. 그런데도 매일 저녁이 되면 코드 에디터를 연다. 이 글은 그 결정적이지 않았던 결정에 대한 기록이다.

직장인의 한계 — 내 시간 vs 회사 시간

8년차 IT 직장인이다. 연봉 협상, 평가, 승진 — 회사의 시계는 매끄럽게 굴러간다. 문제는 그 시계가 내 시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. 잘하든 못하든 평가 기준은 내가 정하지 않았고, 회사가 만든 제품의 방향은 내 한 표가 좌우하지 못했다.

이 차이가 결정적으로 보였던 건 4년 전이다. 큰 프로젝트 하나가 출시 한 달 전에 전략 변경으로 폐기됐다. 6개월 분량의 코드와 야근이 휴지통에 들어갔다. 그 결정은 옳았을 수 있다. 다만 내 6개월이었고, 폐기 결정에 내 동의는 필요하지 않았다. 그날부터 "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시계 하나"를 따로 갖고 싶다는 욕구가 사라지지 않았다.

첫 사이드 프로젝트의 실패

2년 전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. SaaS 아이디어였고, 6개월간 주말과 평일 저녁을 모두 갈아넣었다. 결과는 가입자 13명, 유료 결제 0건, 그리고 번아웃 직전 3개월의 우울.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명확했다.

  • 회사 일 + 사이드 = 주 80시간 (몸이 못 버틴다)
  • 출시일 강박이 컸다 — 완성에만 매달려 확인을 못 했다
  • 가족과의 시간 0 — 아내가 두 번 정도 신호를 줬는데 무시했다

이 실패가 1인 빌더를 그만두게 한 게 아니라, 방식을 바꾸게 했다. 지금은 주 13시간만 작업한다. 새벽 1시 컷 오프, 토요일은 무조건 가족 시간, 일요일 오전만 작업. 이 루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1인 빌더 시간 관리 — 주 13시간 분할법에 길게 적어뒀다.

"빌더"라는 정체성을 선택한 순간

올해 1월 그 부엌 저녁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. 하지만 결정 자체는 특별한 감정 없이 일어났다. "나는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이다"를 인정하기까지 8년이 걸렸을 뿐이다.

빌더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두 가지다. 첫째, 창업가는 아니다. 투자를 받지 않고, 직원도 없고, 거창한 비전을 외치지도 않는다. 둘째, 개발자만으로는 좁다. 코드만 짜는 게 아니라 제품·콘텐츠·운영·마케팅을 한 사람이 다 한다는 의미가 필요했다.

빌더는 결과가 아닌 행위를 가리키는 단어다. 매일 저녁 무언가를 만들고, 그게 누군가의 시간을 줄여주거나 기분을 좋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. 회사 시계 바깥에서 작동하는 내 작은 시계 하나를 갖는다는 의미다.

블로그·앱·자동화 — 왜 이 3가지인가

지금 운영하는 자산은 세 종류다. 블로그 2개·앱 3개·자동화 파이프라인 다수. 각각의 이유는 다르다.

1인 빌더 자산 3축 — 블로그가 키운다 / 앱이 검증한다 / 자동화가 시간을 만든다

블로그 = 키운다 · 앱 = 검증한다 · 자동화 = 시간을 만든다

블로그자산화 속도가 가장 빠른 채널이다. 글 1편이 1년간 검색 유입을 만든다. 단 첫 6개월은 매출 0원에 가깝다. 첫 달 수익은 AIGrit 1주차 중간 리포트(0원·비용 59,000원)에 솔직하게 적어뒀다.

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 도구다. 매출보다 만든다는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한 장치. App Store에 GentleDo가 라이브로 돌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평일 저녁의 동력이 된다.

자동화주 13시간 안에 모든 게 들어가게 만드는 인프라다. OG 이미지 자동 생성, MDX 발행 워크플로우, 네이버 에디션 변환, SNS 자산 생성 — 자동화가 없으면 블로그 + 앱 동시 운영은 불가능하다.

세 축의 공통점은 복리다. 한 번 만들어 두면 다음 작업이 그 위에서 더 빨라진다.

가족과의 균형 — 현실

이 부분이 가장 쓰기 어렵다. 균형이라는 단어는 거짓말에 가깝기 때문이다. 솔직히 균형은 없다. 매주 1~2시간씩 가족 시간을 깎아 빌더 시간을 만든다. 그게 현재의 거래다.

다만 두 가지 규칙은 지킨다. 첫째, 아내가 신호를 주면 즉시 멈춘다. 작업 우선이 된 적은 없다. 둘째, 두 아이가 깨어 있는 시간엔 노트북을 닫는다. 가족 식사·놀이는 루틴이 아니라 절대값이다.

언젠가는 이 거래가 플러스가 되길 바란다. 1인 빌더 수익이 본업의 일정 비율을 넘는 순간, 회사 시간을 줄이고 가족 시간을 키우는 방향으로 다시 분배할 수 있다. 그 임계점이 어디인지는 아직 모른다. 지난 Sprint 5주 결과 리포트에서 트래픽 312명·수익 0원의 현실을 보면 갈 길은 멀다.

앞으로 — 1년 후 나는 어디에

1년 후를 그려보면 두 가지 그림이 동시에 떠오른다. 첫 번째는 지금과 같은데 자산만 두 배. 블로그 글 100편, 앱 5개, 월 수익 ₩30만 정도. 회사는 그대로 다닌다. 두 번째는 번아웃으로 모든 걸 멈춘 그림. 4년 전 실패가 재현된 버전.

이 두 그림 사이의 거리를 만드는 건 주 13시간 컷오프주말 절대값 두 가지뿐이다. 1년 후에 같은 자리에서 회고를 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절반은 성공이라고 본다.

블로그 한 편이 결정을 만들지 않는다. 결정은 8년치 작은 신호가 쌓여서 어느 부엌 저녁에 "나는 이걸 멈출 생각이 없구나"를 인정하는 순간 일어난다. 결정적이지 않은 결정이 1인 빌더의 가장 정직한 시작점이다.

이 글이 같은 부엌 저녁을 지나는 누군가에게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1초의 여유가 되길 바란다. 그게 거창한 사업이 아니어도, 회사를 그만두지 않아도, 작은 시계 하나를 갖는 일은 시작할 수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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