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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I에게 노트 정리를 맡긴 6개월 — 좋았던 것과 놓친 것

노트 정리를 AI에 위임한 지 6개월. 시간은 벌었지만 대가도 분명했다. 위임한 것·안 한 것, 좋았던 3가지와 놓친 3가지, 그리고 지금 정착한 타협안을 1인칭으로 기록한 lesson.

읽는 시간 8

노트 정리를 AI에 맡긴 지 6개월. 시간은 벌었는데, 그 대가로 잃은 것도 분명히 있었다.

6개월 전 일요일 밤, 나는 Obsidian 금고를 Claude에 연결하고 Inbox 정리를 통째로 넘겼다. 그 셋업 자체는 Claude MCP + Obsidian에 끝까지 적었다. 이 글은 그다음의 기록이다 — 셋업이 아니라, 6개월 살아 보니 무엇이 좋았고 무엇을 놓쳤나. 자랑도 후회도 아닌, 중간 결산이다.

무엇을 위임했고, 무엇을 안 했나

6개월을 돌아보니 위임에는 분명한 선이 있었다. 처음부터 그은 건 아니다. 망가지면서 하나씩 그어진 선이다.

위임한 것 (AI)끝까지 내가 한 것 (사람)
단편 → Literature Note 초안 확장노트의 핵심 명제 한 줄
관련 기존 노트 검색·연결 제안어떤 연결을 실제로 남길지 결정
주제별 태그·분류 후보폐기·보관·승격의 최종 판단
주간 요약 — "이번 주 노트의 갈래"그 요약이 내 생각과 맞는지 검증

규칙은 단순했다. 확장·검색·분류는 AI, 판단·결정·핵심 문장은 사람. 제텔카스텐 실전 적응기에서 변형 #3으로 짧게 적었던 그 분리가, 6개월 운영 끝에 위 표의 형태로 굳었다.

위임한 것과 끝까지 사람이 한 것 — AI는 확장·검색·분류, 사람은 핵심 명제·연결·최종 판단

어떻게 — MCP와 주간 의식

방식은 두 축이었다. 하나는 연결, 하나는 리듬.

연결은 Claude MCP다. AI가 금고를 직접 읽고 새 노트를 쓰는 통로다. 도구가 아니라 권한을 넘긴 셈이라, 이건 따로 AIGrit에 정리해 뒀다 — https://aigrit.dev/ko/blog/claude-mcp-guide 의 그 흐름 그대로다.

리듬은 주간 의식이었다. 매주 일요일 밤, 한 주 동안 Inbox에 던진 단편을 한 번에 넘긴다. 매일이 아니라 주 1회로 묶은 게 핵심이었다. 매일 돌리면 AI가 쓴 노트를 검토하는 일 자체가 또 다른 매일의 부채가 됐을 것이다. 주 1회 의식은 위임의 편익은 살리고, 검토 피로는 한 덩어리로 가뒀다.

좋았던 3가지

솔직히, 효과는 컸다.

  • 시간. 단편 정리에 주 5시간 쓰던 게 주 1시간으로 줄었다. 그 4시간은 그대로 글쓰기로 옮겨 갔다. 이건 수치로도 분명했다 — 6개월 전엔 정리를 한 달에 2~3주는 빼먹었는데, 지금은 빼먹는 주가 거의 없다.
  • 일관성. 내가 직접 하면 컨디션 좋은 주의 노트와 지친 주의 노트 품질이 들쭉날쭉했다. AI는 매주 같은 밀도로 초안을 뽑는다. 시스템이 나의 변덕에 덜 흔들리게 됐다.
  • 검색. AI가 연결을 제안하면서, 내가 잊고 있던 옛 노트가 자꾸 수면 위로 올라왔다. "3개월 전에 비슷한 생각을 적었네"가 주 1회씩 일어났다. 혼자 검색할 땐 기억하는 것만 찾았는데, AI는 기억 못 하는 것을 끌어 올렸다.

놓친 3가지

그런데 벌어들인 시간의 명세서 반대편에, 지불한 항목이 있었다.

  • 내면화. 가장 아팠다. 내 말로 다시 적는 단계가 사라지니, 노트의 내용이 머리에 안 남았다. 예전엔 한 단편을 정리하며 문장을 만드는 동안 생각이 정리됐다. 지금은 AI가 만든 매끈한 문단을 읽고 승인할 뿐이라, 한 주 뒤면 그런 노트를 만든 적도 가물가물했다. 정리는 됐는데, 나는 그걸 모른다는 이상한 상태.
  • 맥락. AI는 왜 내가 그 단편을 적었는지를 모른다. "설거지하다 떠오른 짜증"이나 "그 미팅 직후의 직감" 같은 적은 순간의 온도가 초안에서 증발했다. 정보는 보존되는데 맥락은 휘발됐다. 6개월 뒤 그 노트를 열면 사실은 있는데 왜 중요했는지가 없다.
  • 과신. 매주 깔끔한 노트가 쌓이니, 시스템이 잘 돌아간다는 착각에 빠졌다. 실제로는 내가 안 읽고 쌓이기만 하는 노트가 늘고 있었다. 양의 증가를 지식의 증가로 착각하는 함정 — 노트 3,000개를 쌓고 망한 이야기에서 한 번 겪은 그 함정에, 더 빠른 속도로 다시 빠지고 있었다.

지금의 타협안

그래서 6개월 끝에 선을 다시 그었다. AI는 확장, 핵심 명제는 사람.

구체적으로는 세 가지를 의무로 만들었다. 첫째, AI가 만든 모든 노트의 핵심 한 줄은 반드시 내 손으로 다시 쓴다 — 짧아도, 그 한 줄을 쓰는 동안 내면화가 일어난다. 둘째, 단편을 던질 때 왜 적는지 한 구절을 같이 남긴다 — 맥락의 온도를 보존하는 최소 장치다. 셋째, 매주 AI가 쌓은 노트 수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다시 인용한 노트 수를 센다 — 과신을 깨는 정직한 지표다.

이 타협안은 새로운 게 아니다. PKM 스택 전체 공개에 적은 원칙 — "한 도구·한 방법으로 다 하려다 망한다" — 의 AI 버전일 뿐이다. 완전 자동은 또 하나의 "다 맡기기"였고, 그건 늘 망했다. AI는 나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확장할 때만 작동했다.

다음 계획

다음 6개월엔 맥락 보존을 더 손볼 생각이다. 단편을 던질 때 음성 메모의 까지 같이 남겨, AI가 "이건 짜증 섞인 메모"인지 "차분한 관찰"인지 구분하게 해 보려 한다. 잘되면, 휘발됐던 적은 순간의 온도를 일부라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.

6개월 전엔 AI에게 다 맡기면 편하겠다고 생각했다. 지금은 어디까지 맡기지 않을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. 그게 이 6개월의 가장 큰 수확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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